국회가 2018년 5월28일 열린 본회의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달 31일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 기한을 앞두고 노동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치(1.5%)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로 접어든 탓에 올해도 ‘인상’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기싸움’에 먼저 불을 지핀 건 경영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8일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비중이 2019년(16.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15.6%(319만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소상공인 등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총의 발표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비중을 따질 때 활용하는 통계 가운데 하나인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경활 부가조사)만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정확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활 부가조사를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7년 13.3%에서 2019년 16.5%로 계속 증가한 반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를 분석한 결과에선 2017년 6.1%에서 2019년 4.8%로 꾸준히 감소했다. 두 통계에서 추세가 상반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경활 부가조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라서 (표본) 사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견줘 임금과 노동시간 등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며 “한국의 최저임금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발표도 국가별 임금통계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노동계는 경총의 발표를 “아전인수”라고 비판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내부 논의를 좀 더 해봐야겠지만, (코로나19로)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요구안을 낼 것 같다”며 “지금은 최저임금의 취지에 비춰볼 때 취약계층 노동자가 실제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임금수준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최임위가 계산한 2021년 실태생계비(225만7702원)를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1만770원으로 올리자는 요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올해 최임위에서 당장의 인상률보단 최저임금 산입범위 재조정 등으로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한 ‘장기전’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8년 5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실질임금 인상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개정안에 따라 2024년부터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현금성) 전액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산입범위 재조정은 (시간제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소상공인에게 끼치는 영향도 적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나아가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불거지는 경영계의 ‘일자리 감소’ 담론을 코로나19 이후에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