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임금노동자로 일했던 20∼50대 여성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의 4명 중 1명이 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20∼50대 여성노동자 3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1년 여성노동자 일자리 변동 현황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20살∼59살 여성 가운데 현재 임금노동자이거나 코로나 확산 시기(2020년 3월∼11월)에 임금노동자로 일했던 실직자를 모집단으로 해,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 여성 5명 가운데 1명(629명·20.9%)은 코로나19 확산 뒤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했거나, 임시·일용직으로 근무했던 여성노동자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퇴직 경험이 없는 여성 28.1%가 임시·일용직이었는데, 퇴직 경험이 있는 여성의 48.6%가 임시·일용직이었다. 또 퇴직 경험이 있는 여성의 45.8%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노동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20대 여성의 4명 중 1명(29.3%)이 코로나19 시기에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30∼50대)의 여성은 18.7%였다. 20대 여성 가운데 고졸 이하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44.8%가 코로나19 시기에 퇴직을 경험했다. 30∼50대 고졸 이하 퇴직 경험(20.1%)보다 2배가 넘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코로나19 시기 일을 그만둔 20대 여성 5명 중 1명은 숙박음식점업에서, 5명 중 2명은 서비스·판매직에서 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뒤 재취업한 20대 여성도 4분의 1은 여전히 숙박음식점업이나 도소매업에서 직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이 컸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근무하던 직장에 계속 일하는 여성 가운데 46.3%가 휴업·휴직 등 고용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응답자 10명 가운데 약 4명은 이러한 조처들이 ‘여성·임산부 및 육아휴직자’를 우선 대상으로 시행됐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과거 경제 위기 때와 같은 성차별적 구조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렇듯 소규모 대면업종, 임시·일용직 여성일수록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나, 정작 이들 여성의 정부 지원정책 수혜율은 낮았다. 숙박음식점업은 광범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여서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수혜율이 각각 6.1%, 9.7%에 그쳤다. 모든 업종 대비 가장 낮은 수치다. 임시·일용직의 실업급여·고용유지지원금 수혜율 역시 각각 13.4%, 12.0%에 그쳤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시 주요 피해업종의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 지원대책 마련 △20대 청년 여성 맞춤형 일자리 확대 △성차별적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사업장 지침 마련 및 근로감독 강화 등을 제안했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조사로 코로나19 위기가 여성노동자에 미치는 피해가 매우 심각하지만, 실업급여 등 정책수혜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청년여성과 대면업종 여성노동자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피해 지원대책 마련 시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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