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강원도 산불 진화 '주역' 산림청 특수진화대 _ 실상은 일당 10만원 비정규직 노동자

관리자 | 2019.04.08 10:29 | 조회 1473

강원도 산불 진화 ‘주역’ 산림청 특수진화대… 실상은 일당 10만원 비정규직 노동자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 입력 : 2019.04.07 20:15:00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 이틀째인 5일 오전 속초시 장천마을의 양봉장이 불에 타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 이틀째인 5일 오전 속초시 장천마을의 양봉장이 불에 타 있다. / 권도현 기자


강원 지역 일대를 집어 삼킨 산불이 발생 사흘만인 지난 6일 진화됐다.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진 진화 작업 뒤에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라는 ‘숨은 주역’이 존재했다. 그러나 산림청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일당 10만원이 고작이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2016년 처음 만들어졌다. 소방 헬기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야간 산불 현장을 누비며 진화 작업을 벌인다. 보통 10명이 한 조를 이뤄 하나에 쌀 반가마니(40㎏) 무게인 50m 호스를 연결·운반한다. 깊은 산 속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체 호스 길이만 1㎞에 달하기도 한다. 이번 강원 산불 진화 작업에도 양양국유림관리소 소속 10여명을 포함해 총 175명의 특수진화대원이 투입됐다.

특수진화대는 산불 방재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헬기는 야간 운영이 어렵고 소방 차량은 산 속까지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특수진화대가 실제로 산불을 끄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산불 방재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위험한 편”이라고 말했다. 경사가 가파른 산악 지역을 오가기 때문에 낙상 위험도 항상 뒤따른다. 

강원 산불 진화작업에 나선 한 특수진화대원이 올린 마스크 사진. 특수진화대원에게는 소방 대원들이 쓰는 방독면이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마스크를 지급받는다. 페이스북 갈무리

(강원 산불 진화작업에 나선 한 특수진화대원이 올린 마스크 사진. 특수진화대원에게는 소방 대원들이 쓰는 방독면이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마스크를 지급받는다. 페이스북 갈무리) 


목숨을 걸고 화재 진압에 나서는 이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으로 10개월 단기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하루 10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된 월급 외에는 식비, 교통비, 퇴직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소방 대원들이 착용하는 방독면이 아닌 일반 ‘3M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 강도도 센 편이다. 산림청 채용 공고에 따르면, 특수진화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야간 산불이 발생할 때는 반드시 출동하되, 평일 대체 휴일을 지급받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가 발표한 ‘전국산불방지장기대책’ 보고서에는 “8시간 근무 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실제로는 야간 산불 감시를 목적으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폐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3일간 강원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는 한 특수진화대원은 6일 페이스북에 “소방관 처우가 열악한 문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산림청 계약직 노동자들은 훨씬 열악하다”며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시고 아찔한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국유림관리소 관계자도 “(특수진화대는) 김밥 같은 거 먹으면서 산속에서 밤을 새고 해뜨면 또 물호스를 끌고 다닌다”며 “요즘 넓은 밭에 호스 끌면서 농약치는 일당이 15만원이 넘는다. 밭과 산의 지형차이를 생각해보면 특수진화대란 건 이름만 거창하지 죽을지도 모르는 일 시켜놓고 일당 10만원 주는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적었다.

안전과 직결되는 특수진화대를 단기계약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특수진화대는 10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산불이 적은 1월이나 7월에는 활동을 중단한다. 지난 1월6월 경남 김해시 분성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특수진화대 대원들의 계약 만료로 완전 진화까지 11시간이 넘게 걸렸다. 


산림청은 예산 부족을 호소한다. 현재 특수진화대에 배정된 예산은 인건비와 장비 구매 비용을 포함해 연간 75억원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나 상시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기재부 등 예산당국으로부터 정규 예산을 편성받았고 이후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특수진화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현재 331명인 특수진화대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4072015001&code=940100#csidxe539fb67480745da822edc5b9bdcb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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