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직 도급 계약사원으로 2년 넘게 일한 ㄱ씨는 최근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다. 회사가 강요한 연차소진과 무급휴가를 거부하고 휴업수당을 요구한 결과였다. 이후 ㄱ씨는 일을 하겠다고 선택했지만 회사는 이번 달까지 근무 후 퇴사처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호텔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ㄴ씨 역시 계약기한 2년을 코앞에 두고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서 정직원 전환이 어렵다고 했다. ㄴ씨는 “휴업급여를 받는 정규직과 달리 계약직은 휴업은 커녕 구두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고와 권고사직 통보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연차강요로 시작된 ‘코로나19 갑질’이 무급휴직을 거쳐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인노무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5일∼21일까지 일주일간 들어온 이메일과 카카오톡 제보를 분석한 결과 315건의 코로나 갑질 제보 가운데 해고·권고사직 비율은 7.8%로 첫째 주(2.7%)에 견줘 3.2배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무급휴가는 1.1%포인트, 연차강요는 1.2%포인트 각각 늘었다.
또 항공업에서 시작된 이른바 ‘코로나 실업 대란’은 전 산업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21일까지 3주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13건 가운데 학원교육 20건(17.7%), 사무 15건(13.3%), 병원·복지시설 13건(11.5%), 판매 13건(11.5%), 숙박음식점 10건(8.8%), 항공·여행 12건(10.6%) 순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비정규직과 파견직 등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2735만명 중 사실상 휴업급여를 받기 어려운 직장인은 2127만명(77.8%)에 이른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사내하청, 파견용역,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계약’으로 고용보험에 미가입된 노동자들이다.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조치 종료일부터 한 달 동안 감원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 탓에 고용유지 지원금도 받기 어렵다. 직장갑질 119는 “계약직·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휴업수당 대신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다”며 “정부의 유일한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은 정규직 일부에게만 적용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