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 강성만 선임기자
[한겨레]청년들이 세상 바꿀 수 있다는 꿈 꾸게 하고 싶어요
관리자 |
2020.03.13 0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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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세상 바꿀 수 있다는 꿈 꾸게 하고 싶어요”
등록 :2020-03-12 18:49수정 :2020-03-13 02:05
[짬]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
“창립 때는 후원자까지 81명이었죠. 교섭으로 커피 전문점 노동자 주휴 수당을 쟁취했을 때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조합원들이 크게 늘었죠. 제 임기 중 조합원 2천 명을 넘기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신촌 사무실에서 만난 이채은(27) 위원장 말이다. 그는 지난달 임기 2년의 6기 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올해로 4년 차 청년유니온 조합원이다. “2017년 조계종 산하 미래세대위원회 준비위 활동을 하다 청년유니온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에 들어 바로 가입했죠.”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 동안 청년 불교 운동에 열정을 쏟았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에서 4년 활동하며 중앙 회장도 지냈죠. 작년엔 조계종 산하 불교여성개발원 사원으로 일하면서 비상근으로 청년유니온 미디어팀장으로 일했어요.”
위원장에 도전하면서 직장에는 사직원을 냈다. “직장에 있을 때 퇴근 시간만 기다렸어요. 청년유니온 일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저는 조합원들을 만나 일과 노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게 너무 좋아요. 저한테 가장 즐거운 시간은 회의입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힘을 얻는 성격이거든요.”그가 단체에서 얻는 즐거움의 원천은 자신의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제 활동이 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자신이 위원장이 된 게 조직의 큰 변화라는 말도 했다. “5기까지는 지도부가 창립 멤버이거나 30대였어요.”
창립 때 청년유니온의 목표는 청년 세대의 노동권 향상이었다. 어느 정도 근접했을까? “(청년 노동권은) 커졌죠. 전에는 청년실업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지금은 그걸 넘어 청년이 좋은 일자리 탐색을 하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하고 있어요. 청년수당 지급이 그 예이죠. 또 ‘청년들이 뭐가 힘드냐’는 그런 생각에서 지금은 청년의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죠. 정치권에서도 청년이 비례대표 1번을 하잖아요.”
이런 긍정적 변화에 청년유니온의 구실이 적지 않았다고도 했다. “청년유니온이 생기면서 노조나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어요. 우리가 교섭을 해 끌어낸 주휴수당만 해도 청년들이 이제는 다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주지 않으면 노동상담도 받아요. 이것만 해도 의미 있는 변화죠.”
첫 세대별 노조 13일 창립 10년
피자배달 30분 폐지·주휴 수당 등
출범 뒤 청년 노동권 향상 기여
“청년들 좋은 일자리 탐색하도록
사회가 제도로 뒷받침해야” 2017년 청년불교 운동 하다 조합원
그는 자신이 이끄는 단체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드러냈다. “제가 어떤 조직을 평가하는 기준은 친구들한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는 지금 당당하게 친구들한테 일터에서 분쟁이 생길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활동의 절반 정도는 노동 상담과 일터 분쟁에 대한 대응입니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공문을 보내거나 직접 연락해 도움을 주죠. 소송이나 시위도 하고요.”
임기 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변 청년들을 보면 가족 눈치 보느라 혹은 돈이 없어 묻지마 취업을 해요. 사회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뒷받침해야죠. 그게 청년 노동권 향상입니다.” 그는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청년기본법을 거론하며 후속 정책 과제에 청년유니온의 요구가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총리가 5년마다 청년 기본정책을 세우도록 명문화했다.
‘세상의 냉소를 넘어 우리가 만드는 다음’. 그가 위원장에 출마하며 내건 구호다. “지금 청년들은 세상을 냉소할 수밖에 없어요. 세상은 안 바뀐다, 얼마나 좋아지겠냐 그렇게 냉소하죠. 저는 그 냉소를 넘어 세상을 바꿔보자고 말합니다. 청년들이 그런 희망을 갖게 하고 싶어요. 냉소가 있어 열정이 생기기도 해요.”
이채은 위원장.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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