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경영애로자금 신청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추가경정 예산을 비롯한 정부 경제대책이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벼랑 끝’에 내몰린 경제적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원 대상과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의 한 쇼핑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41)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주에는 평일 매출이 고작 5만원이었다. 아르바이트 한명을 고용하는 이씨는 매장 운영비용도 나오지 않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받으려 문의했다. 하지만 채무조정자여서 대출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다 5천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가 지난달부터 신용회복 절차를 밟으며 매달 35만원씩 갚아나가던 중이었다. 이씨는 “나라가 허락해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재기하려 하는데 채무조정자는 똑같은 국민이 아니냐”며 “우리 같은 사람이 오히려 더 힘든데 왜 추경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부가 9일 저소득 노동자에 생활안정자금 융자 요건을 완화하면서 일부 특고 노동자들에게는 한시적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 제도 역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전속 대리기사, 퀵서비스 기사, 방과후학교 강사 등 특고 근로자들은 아예 융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존에 구축된 복지 시스템 안에서만 일부 금액과 대상을 늘려 지원하다 보니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자영업자 대출 대상을 무한대로 확대할 수 없다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긴급복지지원 체계로 편입해 생계비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저소득 노인 등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해 소비를 독려할 방침이지만 금액과 지원 대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소비쿠폰도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병원비나 학자금 등 개인 상황에 따라 긴요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본 계층에게는 포괄적으로 현금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운영위원장은 “재난 시기 정책은 통상적인 정책을 펼 때처럼 요건을 까다롭게 따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