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이직할 권리도 없는 이주노동자

관리자 | 2020.03.31 16:17 | 조회 779

‘이직할 권리’도 없는 이주노동자…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려

등록 :2020-03-31 10:48수정 :2020-03-31 11:00


시민단체 “사업장 변경 제한은 외국인 노동자의 행복추구권, 근로 권리 제한”
네팔 출신 노동자 ㄱ(22)씨가 2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ㄱ씨는 농장주가 사업장 변경을 승인하지 않아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네팔 출신 노동자 ㄱ(22)씨가 2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ㄱ씨는 농장주가 사업장 변경을 승인하지 않아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네팔 출신 노동자 ㄱ(22)씨는 비전문 취업비자인 E9 취업비자를 받고 지난달 6일 한국에 와 23일부터 경기도 포천의 한 배추 농가에서 농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푼 꿈이 스러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일 8시간 동안 짧은 휴식시간을 가지며 비닐하우스 안에서 주 6일 일했다. 고된 노동을 마친 뒤에도 그는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숙소에서 몸을 뉘어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을 생활하면 월급 150만원 가운데 숙박비 30만원을 제외한 120만원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결국 그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농장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농장주는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했다. 절망 속에서 살던 그는 지난 21일 일하던 비닐하우스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ㄱ씨는 동료가 발견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농장주는 ㄱ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지 사흘 뒤에 임금의 절반인 60만원만 지급하는 대가로 사업장 변경 승인을 했다. 그는 지난 25일 <한겨레>와의 만나 “사인을 안 해줘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 했다”라며 “버섯농장이나 양계장에서 일하고 싶다. 아니면 네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ㄱ씨가 농장주의 승인 없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는 건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서 이주 노동자 자신의 의사로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고용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사업장이 휴·폐업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위반하거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고용센터가 인정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사업장 변경의 횟수도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법안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이주공동행동 등 58개 시민단체는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안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헌법이 규정한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신체의 자유 △근로의 권리 등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5명도 이러한 내용을 담아 지난 15일 헌법소원을 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현행 법은 고용주에게 전권을 주고 있어서 주종관계가 만들어져 어떤 노동조건이나 인권 시정요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센터 공감 변호사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노동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강제노동인데 법안이 인력도입에만 초점이 맞춰져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더 열악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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