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김민숙씨는 이마트에서 일한다. 육아로 한동안 경력단절을 겪다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 ‘전문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사실상 온전한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낮다. 입사한 지 9년이 넘었지만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평균 180만원 남짓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생활비로 지출한다. 아이 둘을 기르기에는 넉넉지 않아 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김씨는 “월급의 절반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세금과 공과금을 지출하는 데 사용한다”며 “마트노동자 임금은 ‘반찬값’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거운 짐을 나르고 진열하느라 어깨·무릎·허리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며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우리의 임금은 왜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4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과 마트산업노조가 ‘마트산업 노동자 임금 실태와 정책 방향’을 주제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설문과 면접조사를 했는데, 대다수 마트노동자가 김씨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노조는 지난해 판매·진열·계산 등의 일을 하는 마트노동자 715명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독립법인마트에서 일하는 이들이 조사에 응답했다.
마트노동자 대다수 50대, 두 자녀 기혼 여성
평균 근속기간은 9.22년, 월 임금은 180만원
마트노동자의 성별·연령별 특성은 ‘50대 여성’이다. 조사 응답자의 92.3%가 여성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50대가 64.6%를 차지했다. 정규직은 55.1%로 절반을 넘었지만 마트별로 차이가 컸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홈플러스를 제외하고 다수(롯데마트 95.3%·이마트 74%)가 무기계약직이었다. 홈플러스는 2019년 무기계약직 1만5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고용형태는 성별로도 나뉘었다. 남성은 88%가 정규직인데 여성은 52.3%만이 정규직이었다.
마트노동자의 근속연수는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길었지만, 임금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응답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2020년 최저임금(179만5천310원) 수준인 180만3천원에 머물렀다. 롯데마트는 180만2천687원, 이마트는 184만8천978원, 홈플러스는 180만4천690원이었다.
근속연수는 성별에 관계없이 평균적으로 9.22년을 기록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2020년 8월 기준)에서 정규직 임금노동자 평균 근속기간은 8년1개월인데, 이보다 길다. 같은 조사에서 임금근로자의 2020년 6~8월 월 평균 임금은 268만1천원으로, 정규직은 323만4천원·비정규직은 171만1천원이었다. 무기계약직이라도 비정규직과 급여가 비슷해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세간의 비판이 여지 없이 드러났다. 10년 가까이 일해도 최저임금 굴레를 벗지 못하는 것이다.
“마트노동자들은 왜 최저임금만 강요받고 있을까”
응답자의 85.8%는 기혼이었고, 자녀가 2명 있다고 답한 이들이 72.9%로 가장 많았다. 마트노동자의 4인 가구 월 평균 생계비는 297만1천원으로 최저생계비에 크게 못 미쳤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최저생계비는 4인 가족 기준 474만9천174원이다. 때문에 마트노동자의 90.9%는 생계비 대비 임금 만족도에서 “미흡” 혹은 “매우 미흡”을 골랐다.
연구에 참여한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왜 마트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만 강요되고 있는지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게 된 연구”라며 “마트노동자들은 입사하고 20년을 일해도 사원에 머물러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15조원을 돌파하며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도 재작년보다 1조원 가까이 매출이 올랐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과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마트 3사의 임금은 담합한 것과 다름없다”며 “각종 수당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높이고 정규직 관리자와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연구와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마트노동자 적정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기업별 교섭을 넘어 마트산업 공통의 임금교섭안을 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