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또 임계장이 해고됐다

관리자 | 2021.02.23 09:15 | 조회 5
또 '임계장'이 해고 됐다.


용인 아파트 경비원 9명 전원 해고.. 경비용역업체 바뀌며 고용 승계 안돼
주민들까지 "경비원 돌려달라" 서명에 성금..관리사무소 "해고 결정 적법"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이 시간에도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경비원 아저씨. 인사할 때마다 껄껄껄 웃으시며 반겨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우리 아파트를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해온 이오성(79)씨가 입주민 어린이에게 받은 편지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근무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부터 제설작업·분리수거·화단 작업·순찰 업무까지. 아파트에 이씨와 동료 경비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씨를 포함해 이 아파트의 경비원 9명은 지난 1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전원 해고 통보였다. 한 달 차 경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비원들이 소속된 기존의 경비용역업체는 1월31일자로 아파트 측과 계약이 끝났다. 이후 아파트 측은 경쟁입찰을 통해 경비용역업체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비원 9명의 고용 승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순간에 일터를 잃고 실업자가 된 이들은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윤석주 경비반장은 “새로운 경비위탁업체로 바뀌더라도 일부는 고용 승계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다”라며 “새로 온 관리소장이 온 후 모든 게 바뀌었다. 버려진 헌신짝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원 복직이 힘들다는 것 안다. 생계가 힘든 몇 명이라도 고용 승계를 해 달라”며 “정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해고된 아파트 경비원의 초소 내부의 열악한 환경. 최은희 인턴기자

해고 사유는 무엇일까. 관리사무소 측은 기존 경비원들이 순찰 등 기본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업체변경 또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비원들은 기본 업무를 충실히 해왔기에 해고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기자에게 보여준 ’취약지구 순찰코스’ 문서에는 경비원들의 순찰업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또 경비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한 경비원은 “변기 옆에서 식사하기도 했다. 쥐를 잡으라는 지시도 따르며 열심히 일했다”며 “한 동료는 퇴근 1시간 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직도 재활 치료 중이다”라고 말했다.

19일 기자에게 보여준 ’취약지구 순찰코스’ 문서에는 경비원들의 순찰업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최은희 인턴기자


해직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는 게 경비원들의 주장이다. 윤 경비반장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주민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지난해 12월7일 기존사업수행실적 평가표를 게시했다. 게시물에는 12월15일 18시까지 재계약 이의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의서 제출자가 전체 세대주의 10% 이상인 경우 경쟁 입찰을 실시하고 10% 미만인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재계약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측은 두 시간 만에 게시물 수거지시를 내렸다. 


아파트 입주민의 입장은 어떨까. 입주민은 “우리 경비원을 돌려달라”며 해고 경비원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지만 상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아파트 내부 곳곳에는 입주민의 자비를 들인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일부는 경비원의 복직을 위해 성금 200만 원을 전달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19일 해당 아파트 내부에는 “우리 경비원을 돌려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최은희 인턴기자 

해당 아파트에 16년째 거주한 입주민 A씨는 “모든 경비대원 분들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셨다. 전원 해고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입주민 B씨는 “처음에는 경비원 교체 등 아무런 얘기도 몰랐다. 관리사무소가 게시물을 떼갔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우리 아파트에서 부당해고한 것처럼 비추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는 “이 사안에 대해 직접 물으러 관리사무소에 갔었다”면서 “대리라고 하는 사람이 ‘경비원들이 일을 잘하는 건 인정하지만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리소장은 아예 대화를 거부한다며 자리를 피했다”고 덧붙였다.

관리사무소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결정이다. 해고된 경비대원 분들도 잘 아실 것”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 1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직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최은희 인턴기자

노인 경비원의 노동 현실을 다룬 책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 이야기’는 일상과 먼 얘기가 아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임계장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그중 경비원은 불합리한 근로계약, 고용불안, 열약한 근무환경 등으로 ‘을 중의 을’이라 불린다. 현행 기간제법상 55살 이상은 한 직장에서 2년을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불가능하다. 평균 연령 66살의 경비원들은 단기 계약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비원들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일터에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은 여러 차례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으로 고통받던 최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갑질을 막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경비원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비원의 계약 연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다. 경비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입주민이 갑질 당사자인 경우,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 

권두섭 변호사(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대표)는 “대부분 경비노동자는 위탁업체에 단기 소속된 간접고용 형태”라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대표기구는 입주자대표회의다. 이렇다 보니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탁업체가 변경될 때, 문제없는 기존 경비노동자는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고용 승계가 잘 이루어진 아파트를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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