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직장내 괴롭힘, 부적절한 경영방침에서 시작된다

관리자 | 2019.09.04 09:25 | 조회 1269
직장내 괴롭힘, 부적절한 경영방침에서 시작된다김민옥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 김민옥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2019년 7월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1개월간 379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1일 평균 16.5건이라고 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장 분쟁 해결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표나 사장 등 괴롭힘을 감독할 사업주가 가해자이거나 조직적 괴롭힘으로 사업장에서 신뢰할 만할 해결이 불가능하면 노동부를 찾을 수밖에 없다.

노동부도 가기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은 직장갑질119에서 상담을 받았던 것 같다. 지난 한 달간 직장내 괴롭힘 제보는 1천73건으로, 전체 노동상담의 58.2%에 해당한다. 직장갑질119는 법 시행 이전보다 두 배로 상담이 늘었다며 사장 갑질 심각성에 우려를 표했다. 괴롭힘이 단순히 직원들 간의 갈등이나 특정 직원의 돌출행동에서 발생하기보다는 회사 대표자에 의해 발생하거나 그에 따른 지시, 즉 경영전략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상당함을 추측할 수 있다.

경남의 D사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침을 중단시키기 위해 7월16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D사 여성노동자는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참다 보니 방광염에 걸렸습니다”고 말했다. D사는 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근무지 이탈로 보고 화장실 이용시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지시했다. 여성노동자들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아주 사적인 행위를 매번 남성 관리자에게 직접 말하거나 메시지로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에 성적 수치심까지 느꼈다. 어떤 남성 관리자는 아예 여성 화장실 앞에서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가는 횟수,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까지 확인하며 감시했다.

처음 화장실 이용 제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농담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1960~70년대 개발독재·군사정권 아래 억압적인 조직문화에서 사장의 말이 곧 법이던 시대에서나 있는 과거의 유산이어야 했다. 21세기에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적 현상을 규제하다니. 노동자를 인간이 아닌 기계, 즉 회사의 소유물로 봤을 때만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노동자를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D사는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이용 사실을 타인에게 강제로 공개하게 했다. 화장실 이용시간과 횟수까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노동자 개인의 사적 영역에 개입했다. 이는 사용자의 정당한 업무지시 권한을 넘어선 행위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존중·행복추구권을 무시하고 사생활 보호나 행동자유권까지 침해했다. D사 노동자들이 외쳤듯이 이처럼 비인권적인 화장실 규제는 노동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직장내 괴롭힘이다.

D사처럼 경영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수의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부여하거나 동료들과 경쟁 관계를 심화하는 인사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의사결정 참여에서 배제하고 특정 노동자를 따돌리는 행위 등을 조직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한다. 노동자를 경영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삼아 착취하는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괴롭힘이다. 이를 문제 삼는 외부 시선에 대해 회사는 경영권 간섭이라고 주장하며 개입을 막고, 내부에서는 회사의 부적절한 경영전략을 직접 실행하는 관리자를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한다. 피해자가 발생해도 특정 가해자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면서 괴롭힘의 고리를 지속시킨다.

노동부는 사업주들에게 회사 관행처럼 굳어진 부적절한 경영방침이 괴롭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한다. 실제 회사나 사업주 괴롭힘에 대해 말로만 방지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조사·감독을 통해 조직적·구조적 괴롭힘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가 직장내 성희롱을 하거나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방교육 미실시 등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있듯이 향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김민옥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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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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