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택배노동자 손가락 끊어진 뒤 고무벨트 교체

관리자 | 2020.02.25 10:15 | 조회 899
[위험하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택배노동자 손가락 끊어진 뒤 고무벨트 교체한 CJ대한통운택배연대노조 “사고 재발방지 대책” 촉구
 … “원청, 특수고용직 안전보건조치 의무 있어”                
  • 강예슬
  • 승인 2020.02.25 08:00

                
▲ 지난 12일 CJ대한통운 광주지점 분당A서브터미널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 모습으로 고무가 일부 찢겨나가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 물건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레일 안으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갔어요. 바로 뺀다고 뺐는데, 빼고 나니까 (손가락 일부가) 없더라고요. 생계가 저한테 달려 있으니깐 몸만 따라 주면 일을 하고 싶은데…. 택배 일을 하면 손가락에 통증이 있을 거라고, 손바닥으로 해야 한대요. 당장 생계가 걱정이죠.”

CJ대한통운 광주지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지난 12일 오전 발생했다. 김석희(35·가명)씨는 이날 사고로 왼손 중지 첫째 마디를 잃었다.

24일 택배연대노조 장지지회(지회장 이광영)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들은 사고 발생 10여일 전부터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니 조치를 취해 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고무벨트가 찢어져 사고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지회는 “현장 노동자의 말을 듣고 사측이 조치를 취했다면 애꿎은 택배노동자가 손가락을 잃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청은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 노동자 보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무벨트 바꿔 달랬더니 “잘라서 써라”?

김석희씨는 CJ대한통운 광주지점 분당A서브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을 잃는 변을 당했다. 김씨는 “레일 위를 감싸는 고무 일부가 뜯겨진 곳에 손가락이 끼였다”고 기억했다. 끼임을 감지한 김씨는 즉시 손을 빼냈지만 계속 돌아가는 레일에 손가락이 이미 으스러진 뒤였다. 김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상처 부위를 긴급하게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측은 김씨에게 후유장애가 남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병원 의사는) 다시 일을 하려면 2~3개월, 손가락을 자유롭게 펴는 데까지는 1~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며 “터미널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CJ대한통운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억울해했다. 김씨는 CJ대한통운과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다시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노조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나기 열흘 전 즈음에 컨베이어벨트 표면을 감싸는 고무가 찢겨 들려 있었다”며 “광주지점에 이를 알리고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하자 찢어져 솟아오른 부분을 잘라서 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조가 제공한 사고현장 사진을 보면 컨베이어벨트를 감싸는 고무벨트는 누군가가 가위나 칼을 이용한 듯이 반듯하게 잘려 있다. 광주지점은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17일 문제의 고무벨트를 교체했다.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씨와 함께 일하는 B씨 증언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광주지점은 사고 다음날인 13일 오전 급하게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B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다”며 “회사는 사고 당시 화면을 보여 주면서 기사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들 주의하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 갔다”고 전했다.

“노동자 의견 반영해 작업환경 개선해야”

이광영 지회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회사가 안전교육을 한 기억이 없다”며 “우리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어차피 안 들어주니까 입만 아프고, 문제제기를 하다가도 그만두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지회가 분당A서브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100여명 중 5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43명 중 “터미널 내 사고발생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41명이었다. 체감 위험요소(중복응답)로 레일 끼임(38명), 터미널 내 차량사고(16명), 감전사고(14명), 화재 위험(8명)을 꼽았다.

이진우 직업환경의학전문의(파주병원 경기도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원청이 제공하는 시설을 이용해 일을 하는데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해도 원청이 제대로 점검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에 원청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노동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안전바와 벨트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는데 그 사이에 끼여 압착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고로) 안전바를 제거하고 컨베이어벨트도 수지재질로 교체해 만약에 끼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손가락이 다치지 않도록 방지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교육은 사업장 내부 게시판, 택배회사 업무용 앱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하고 있다”며 “작업 시작 전에 안전교육 방송을 하고 대리점장은 택배기사들에게 직접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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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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