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연이은 백혈병 산재인정에 전기원 노동자들

관리자 | 2019.03.22 09:59 | 조회 1063
연이은 백혈병 산재인정에 전기원 노동자들 "혹시 나도?"건강 우려 높아지는데 정부·한전 대책 수립은 '게걸음'
▲ 자료사진 건설노조
"갑상선암에도 걸렸고, 이명증도 심합니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걱정이 많네요."

전기원 노동자 김진태(53·가명)씨는 광주·전남지역에서 2만2천900볼트의 살아 있는 활선을 자르는 배전설비 보수업무를 한다. 올해로 30년째다.

김씨는 21일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 최근 전기원 노동자 백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고 했다. 그 역시 몇년 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귓속에서 "지잉~"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지러운 이명 증세도 생겼다. 7년 전부터 광주전남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유명한 이비인후과·신경과를 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김씨는 "병원에선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지만 전자파 때문 아니겠냐"며 "고압전류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착수도 못한 '활선작업자 건강관리 방안' 연구용역

최근 고압전류를 만지다 백혈병에 걸린 전기원 노동자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으면서 전기원 노동자의 건강관리와 작업환경 개선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건설노조와 수년 전부터 광주지역 전기원 노동자 건강상담을 진행한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는 최근 들어 건강이나 산재신청 문의가 증가했다. 전자파가 직업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정부와 한국전력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도 고압전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움직임은 더디다. 지난해 백혈병으로 숨진 전기원 노동자가 최초로 산재인정을 받은 뒤 고용노동부는 "전자파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건강진단으로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안전보건공단은 '활선작업 근로자의 건강관리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자기파를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하는 중요한 연구용역이었다. 그런데 입찰참가자격 불충분이나 입찰지원자가 아예 없는 등의 이유로 7차례나 유찰되면서 연구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공단은 최근 재공고를 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구가 빨리 진행돼야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에 전자기파를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진행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원청인 한전은 간접활선공법의 현장 안착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전기를 흐르게 둔 채 교체할 노후전선을 잘라 내고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는 직접활선공법으로 감전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1년까지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전은 전기공사협회와 건설노조와 함께 '간접활선 적기정착 협의체'를 꾸렸다.

"정부·한전, 전기원 산업안전보건 대책 세워야"

전문가들은 원청인 한전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6년 전기원 노동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했던 이철갑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직접활선공법 폐지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년 넘게 장기간 전자기파에 노출된 전기원들에게 언제 어떤 질환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전기원들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이 협력업체·노조와 함께 전기원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환을 조사하고 논의할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간접활선 현장 정착과 함께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전반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전기가 1초라도 끊어지면 큰일인 나라에서 전기원 노동자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소홀한 것 같다"며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전과 정부가 적극 개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45개(3/13페이지)
노동소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05 [경향신문]오래전 이날_1월28일 "자꾸 할머니라고 부르지마. 우리는 청 사진 관리자 597 2021.01.28 09:37
204 [한겨레신문] “나는 엔(n)잡러입니다” 파편화된 노동자의 삶 사진 관리자 819 2021.01.27 09:50
203 [한겨레신문]“5인 미만 제외로 죽음까지 차별”…헌법재판소 가는 중대재해 사진 관리자 741 2021.01.27 09:42
202 28일 개봉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이태겸 감독[한겨레신문] 사진 관리자 603 2021.01.27 09:22
201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목소리에 "2억원 지원" 내민 노원구 사진 관리자 643 2021.01.25 18:02
200 일하는 사람도 행복한 아파트 상생협약 1호 그린타운 한신아파트 관리자 1022 2020.12.11 09:53
199 [인터뷰] 부천·김포 노동안전지킴이 "어제보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 사진 관리자 908 2020.11.27 15:41
198 [매일노동뉴스]우리의 노동은 왜 해고로 끝나는가 사진 관리자 923 2020.08.27 09:14
197 [머니투데이]아줌마 시장바구니 같네 류호정이 당한 복장 지적 나는 매일 관리자 904 2020.08.10 10:35
196 [오마이뉴스]하루에 5.5명 '이것'으로 죽었다, 100명 중 1명도 감 사진 관리자 1066 2020.07.27 09:47
195 [오마이뉴스]환경,노동문제를 동시에 '경비노동자 에 미니태양광 지원한다' 사진 관리자 1345 2020.07.23 15:44
194 [NEWSIS]"사장 애인이 나가래요" 직장인 3명 중 1명 부당해고 경 사진 관리자 1104 2020.07.23 09:08
193 [KBS] 민주당,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익보호 '상생협약' 체결 사진 관리자 979 2020.07.22 17:30
192 [한겨레]경기도 산업단지 노동자, 평균보다 노동시간 길고 임금은 적다 사진 관리자 1202 2020.07.16 16:05
191 [매일노동뉴스]최저임금 1.5% 인상은 사실상 삼각안 관리자 918 2020.07.15 09:30
190 [매일노동뉴스]역대 최저 인상률 1.5% 어떻게 나왔나 사진 관리자 927 2020.07.15 09:28
189 [서울신문]최저임금 9430원 vs 8500원 수정 제안 사진 관리자 1000 2020.07.10 09:22
188 [권리찾기유니온]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가 되어 현장에 나가다 관리자 1024 2020.07.09 11:17
187 [오마이뉴스]온라인 플랫폼 갑질 막기, 특별법 만들다 날샐라 사진 관리자 848 2020.07.06 09:29
186 [매일노동뉴스]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1년 10명 중 5명 괴롭힘 경험, 사진 관리자 737 2020.07.06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