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2018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 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 조사 결과 2

관리자 | 2019.06.17 11:48 | 조회 1228
2018년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 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 조사 결과 2반월시화공단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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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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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특성화 고등학교)는 현장실습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도제형 일학습병행제도의 도입으로 또 다른 형태의 현장실습도 운영되고 있다. 현장실습생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 결과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자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천시에 소재한 4개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확인할 수가 없다. 이에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소재한 반월시화공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발췌하면서 현장실습생 출신 노동자들의 노동세계, ‘노동자로서의’ 경험, 다시 말해 현장실습생으로 ‘조기취업’한 노동자들이 어떤 기대와 꿈을 가지고 노동현장에 진입했는지, 노동현장에서 이들은 어떤 노동경험과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 본 자료는 2018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진입실태조사 자료집- 발간 전국금속노조,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 현장실습대응회의 –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⑸ 현장실습 경험 및 실태에 대하여

○ 현장실습 전 기대 : “한 손에 아메리카노 들고 하는 출근길 상상”
 면접자 중 다수는 직업계고에 진학할 때 친구들보다 먼저 취업을 한다는 기대감이 컸다. 3학년 때 나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첫 취업으로 생각해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상상은 때로 학교생활을 잘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으로 출근한 면접참여자 F는 바로 현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 현장실습 산업체 선택 과정
  산업체 선정은 교사에게 소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산업체에서 학교에 의뢰가 오거나 교사가 직접 발굴한 산업체를 소개 받는 식이었다. 매년 새로 발굴한 기업보다는 이전에 학교 선배가 갔던 곳을 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면접참여자들은 소위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경우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소개하고 있어 성적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면접참여자 C는 교사가 새로 발굴한 기업에 소개 받았다. 새로 발굴한 기업이다 보니 회사에 가도 선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현장실습 나가 있는 회사에 교사가 가끔 와서 면담하고 가는데 ‘어디가든 똑같다’, ‘그냥 여기 환경이 다른 데보다 좋다’는 얘기를 하며 잘 견디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면접참여자 H는 학생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학교가 취업률만 생각하고 산업체 의 ‘질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했다. 학생 입장에서 3년 동안 준비하고 나가는 건데 학교에서는 아무 곳이나 소개하는 것 같아 속상해했다. 학교에서는 선별해서 ‘갖다 줬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알아보면 ‘이건 아니다’ 싶은 회사가 많았다고 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은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확률도 높아 학생들이 선호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적성 여부보다는 ‘성적 좋은 애들만 뽑아서 보낸다.’고 했다. 학교에서 1~2명 빼고는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기업에 가는 학생은 드물다고 했다. 공업계고를 다니면 대부분 공단 위주로 간다고 했다. 면접참여자 F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기대 이상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워낙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 전공과목 적합성 여부
□ 2018년 졸업한 면접참여자 B는 학교에서 ‘그냥 아무데나 막 취업 보내지 말고’ ‘전공을 살려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만 믿고 들어간 일터를 벗어나기 힘든 현실에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졸업 전 취업한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면접참여자 B씨 전자과를 졸업하고 전자 관련 자격증 3개를 취득했지만 현재 일하는 곳은 전기 분야이다. 면접참여자 B 말고도 전공을 살려 현장실습 한 경우는 드물었다. 전공분야에 맞는 특정 분야 기술을 익히는 취지로 운영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참여한 면접참여자 G와 H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도 학생도 현장실습에 대해 ‘취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공을 살려 실습하고 배우는 과정은 없고 취업률 산정을 위해 현장실습을 내보내는 현실 때문이다. 면접참여자 D의 말처럼 ‘다들 취업이라 생각한다.’ 면접참여자 J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다 보니 ‘실습이라기보다 잡일을 시킬 사람을 뽑는 것 같다’고도 했다.

 면접참여자 C는 기계과와 연관이 있는 반도체 기계설비 용접을 했다. 하지만 친구 대부분은 현장실습을 학교에서 배운 것과 연관 없는 일을 했다. 리조트에 취업한 친구도 있다. 학교에서는 실적을 따지니까 전공 적합성보다 4대 보험이 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해 보였다. 학교에서는 전공과목 관련 자격증을 몇 개씩 따면서 진로 설계를 하지만 정작 취업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상관없이 하고 있었다.

 면접참여자 H의 경우 산업기능요원을 하고 싶어 직업계고 기계과에 진학했다. 졸업 전 취업을 해야 산업기능요원을 할 확률이 높아 도제반에 들어갔다. 취업 나갈 회사를 고를 때 설계 작업을 하고 싶어서 골랐는데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도 설계 작업을 못해 보고 졸업했다.

 기계시스템과를 졸업한 면접참여자 G도 도제반이었다. 면접참여자 G는 도제반이 되면 회사에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열심히 하면 높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들어 기대를 엄청 했다. 그러나 2년 동안 ‘청소를 했고, 청소의 달인이 되었다.’

○ 현장실습 미 참여와 복교 경험
 직업계고 3학년 학생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거의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법률상 의무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기취업을 앞세워 관행처럼 굳어졌다. 의무적인 과정처럼 여겨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학교에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 교육’ 같은 징계성 교육을 받거나 다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나가라는 무언의 압력 등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면접참여자 C의 말처럼 ‘현장실습은 안 나와도 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실적이 잡히는 취업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눈치만 받으니 학교를 벗어나기 위해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도 많다 했다. 면접참여자 O도 학교에서 공부가 안되니까 ‘차라리 돈이라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해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방치하니 3학년 2학기에 집중되어 있는 전문교과를 이수하지 못하는 피해가 있었다. 현장실습에 참여와 상관없이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있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돌아왔다가 다시 현장실습을 나가는 이유는 징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안 나간 학생에게 청소나 껌 떼기를 시키고, 복교한 학생은 징계로 깜지 쓰기 등의 ‘정신교육’을 하며 모욕을 준다. 학교로 돌아오면 이런 징계가 기다리기 때문에 면접참여자 O는 ‘졸업할 때까지 버티다가 바로 퇴사를 한다’고 했다. 면접참여자 D도 학교에 돌아오면 욕하고 버티라고만 하는 교사가 무책임하다고 했다.

 ○ 현장실습 경험의 의미
 면접참여자 F는 대학에 진학 한 친구보다 조금 빨리 취업을 하는 것인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에 관련된 것을 찾기보다 무조건 취업하는 것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를 버티다 보면 ‘억압받고 무서운 느낌을 일찍 알게 되어 취업을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버티다 돌아오는 경우 다시 취업을 하려 하지 않거나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다고 했다. 대학 진학보다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어 직업계고에 들어왔지만 졸업할 때 즈음엔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대학 진학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현장실습의 긍정적인 의미로 꼽는 것은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조기취업으로 운영하는 경우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 면접참여자 A 역시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 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하면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상고를 다니면 기술직으로 실습한 면접참여자 A는 전공 실무를 익히는 의미의 실습은 아니었지만 실습기간이 의미가 있었던 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 했다. 본래 취지대로 졸업 전 교육 위주로 산업체를 두루 경험한다면 사회진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면접참여자 A는 졸업한 이후에는 어디에서도 이런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면접참여자 E는 현장실습이 ‘다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는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는데 차라리 돈이라도 버는 게 더 낫기 때문이었다. 3학년 2학기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방치되어 있는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전공과 무관하더라도 학교를 벗어나 돈을 버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었다. 면접참여자 M은 이런 생각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학교를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과 알바를 할 바에야 취직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처 : 콩나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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