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디자인업계 종사자 A(32)씨는 3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일감은 인맥에 의존해 구해야 했다. 매번 인맥을 동원해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크몽’이라는 재능플랫폼을 알게 됐다. 크몽은 플랫폼에 마케팅·디자인·IT개발 같은 자신의 재능을 올리면 방문자가 해당 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A씨는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고 일감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직장 다닐 때 고정적 수입이 줄어든 부분도 보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크몽을 이용한 뒤에도 생활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20%나 되는 건당 수수료 때문이다. A씨가 양적 시간·노동의 질에 따라 판매금액대를 프리미엄-디럭스-스탠더드로 나눠 올려, 소비자가 프리미엄을 구입해도 A씨에게 떨어지는 것은 디럭스 수준의 금액이었다. A씨는 “디자인 계열은 연봉 자체가 낮고 열정페이인 곳이 많다”며 “건당 수수료가 20%나 되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어떤 형태로든 착취를 받아야 되는구나 싶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과도한 수수료와 단가하락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일상화로 디자인·IT·번역 업계 종사자가 플랫폼으로 편입되는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명 중 7명 월평균 수입 60만원 이내

청년유니온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0월13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제로 일을 해 본 청년노동자 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자 가운데 69%가 플랫폼을 통한 월평균 수입이 ‘60만원 이내’라고 답했다. 응답자 전체 평균 월 수입은 234만6천원으로 플랫폼을 통한 평균 월 수입은 61만3천원이었다. 전체 수입의 약 26.1%다.

응답자의 38%는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부수입 수단’으로 보고 있었다. “초반 인맥 형성을 위한 제반 작업”(16%), “경력을 쌓기 위한 수단”(15%), “단기적 생계유지 수단”(15%) 순이었다. “일감을 받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응답은 12% 수준이었다.

플랫폼 만족도는 낮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가 46%로, “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23%)의 두 배였다. 이유는 높은 수수료(32%), 낮은 작업단가(29%), 과도한 경쟁과 일감 부족(26%) 순이었다.

문제는 플랫폼이 가격경쟁을 부추겨 단가하락을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에서는 고객이 포트폴리오 등 질적인 요소를 평가하고 서비스를 구매하기보다 견적금액을 우선 비교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서비스 가격이 아닌 ‘미끼가격’을 제시해 낮은 가격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끼가격’으로 단가하락 부추겨
“협상력 부족한 프리랜서, 균형 회복할 논의 필요”

청년유니온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디자인업계 종사자 B씨는 “전면에 써 있는 가격은 사실 그냥 미끼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 가격에 실제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디자인업계 종사자 C씨도 “플랫폼은 싸게 작업을 맡기고 싶을 때 해당 가격을 알아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어떤 작업을 저렴하게 하고 싶으면 한 플랫폼에서 여러군데 견적을 받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미끼가격은 실제 서비스 가격이 아니더라도 다른 플랫폼 노동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서는 ○○원에 해 주더라’며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재직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업계 전반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가 지출까지 감내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일감이 부족한 탓에 홍보를 위해 플랫폼에 추가 지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하은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기반 프리랜서들에게 나쁜 조건이 제시됐을 때 이들이 이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협상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으로 균형을 회복할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전반적 보호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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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