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디지털 플랫폼이 새롭다? 창작자 착취구조는 비슷”

관리자 | 2019.09.03 18:14 | 조회 1261
[김희경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 “디지털 플랫폼이 새롭다? 창작자 착취구조는 비슷”
▲ 정기훈 기자

“어젯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 자고 일어나 지금까지 작업하다 왔어요.”

지난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한 커피숍. 김희경(36·사진)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이 피곤이 덜 풀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웹툰 작가 하루 평균 창작활동시간 10.8시간, 1주 중 평균 창작일수 5.7일(한국콘텐츠진흥원 2018년 웹툰작가 실태조사 보고서). “웹툰작가는 펜 잡을 체력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우스갯소리는 김 지회장에게는 현실인 것처럼 보였다.

기술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툰작가·웹소설작가·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렇다. 얼핏 화려한 직업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존재한다. 프리랜서 신분인 탓에 노동시간은 무한정이고, 최소한 받아야 할 작품비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유통사(에이전시)를 통해야 플랫폼에 진출할 수 있는 형태가 늘어 수수료를 플랫폼과 에이전시에 이중으로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일노동뉴스>가 김 지회장을 만나 디지털 기반 창작자들의 노동실태를 들었다. 지회는 지난해 12월 설립됐다. 웹툰작가·웹소설작가·일러스트레이터 직군이 주요 조합원이다. 김 지회장은 15년차 일러스트레이터다. 웹툰작업도 하고 있다.

- 어떤 부분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나.
“웹소설과 웹툰의 경우 콘텐츠로 발생하는 수익을 플랫폼·에이전시·창작자가 나누는데, 플랫폼이 과도하게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다. 재주는 창작자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셈이다. 일러스트의 경우 모든 저작권을 낮은 단가에 넘기는 매절계약을 맺기도 한다. 저작권 양도계약은 단가가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판·광고 일러스트는 입찰 플랫폼에 샘플을 게시해 거래하기도 하는데, 가격이 낮을수록 더 잘 팔리니 가격 저하가 심하다. 노동자가 아니라서 최저임금 같은 기준이 없다 보니 한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케이툰 사태처럼 창작자들은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받거나, 게임업계 일러스트레이터들처럼 페미니즘에 관심을 표했다는 이유로 사이버 불링(따돌림 같은 사이버 폭력)을 당하고도 회사에서 보호받기는커녕 업계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곤 한다.”

- 창작자들의 실제 소득수준과 노동시간이 궁금하다.
“웹툰작가의 경우 소득구조는 뒤집어진 압정형 같다고 본다. 물론 한 달에 몇 억원씩 버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최상위 소득자는 극소수고 대다수 저소득자는 밑에 다 깔려 있다. 그리고 대부분 소득에 비해 노동량이 많은 편이다. 얼마 전 웹툰작가 20여명이 모인 곳에 갔는데 그중 암환자가 5명이었다. 과도한 노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플랫폼으로 변하면서 작가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오히려 노동조건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대부분 컬러를 입히는 추세고, 제한된 지면이 아니기에 컷(장면) 숫자도 많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감기간도 예전엔 주간·월간·격주간 등으로 다양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일주일 또는 10일에 한 편씩 연재한다.”

- 불합리한 부분이 왜 시정되기 어렵나.
“웹툰·웹소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프리랜서 신분이다 보니 쉽게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사실 웹툰작가만 봐도 한 플랫폼에서 5년 이상씩 매주 고정적으로 연재하기도 하고, 에이전시나 플랫폼에서 수정 등 관리·감독을 받는 부분이 꽤 있다. 사실상 플랫폼·에이전시에 고용된 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지회 입장이다. 또 디지털 플랫폼에서 작품 실적을 좌우하는 판촉·홍보에 배제될까 봐 플랫폼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창작자와 상생해야 하는데, 지금 기업은 창작자를 소모품처럼 대하고 있다.”

- 지회 활동 방향은.
“불공정 계약 타파다. 조금 더 제대로 된 표준계약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케이툰의 전송권 반환 문제에 집중하려 한다. 케이툰이 일방적으로 연재중단 통보를 내린 것은 그쪽 귀책사유인 만큼 사측은 작가에게 작품을 돌려줘야 한다.”

-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예전엔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일단 생활이 안정돼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조를 하니까 더욱 기반을 잡고 작품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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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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