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천 참사는 '산재' -- 샌드위치 패널만 문제가 아니다

관리자 | 2020.05.08 15:16 | 조회 760

이천 참사는 ‘산재’…샌드위치 패널만 문제가 아니다

등록 :2020-05-08 05:00수정 :2020-05-08 07:23


                                

[뉴스AS] 초점 빗나간 물류창고 사고
산재 출발점은 다단계 하도급
책상머리 안전관리 ‘정책·현장 따로’ 
사고 반복 끊으려면 
경찰·소방 아닌 노동부·공단 주체 
사고원인 기록 ‘재해의견서’ 공개해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대안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1차 합동 감식 모습.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1차 합동 감식 모습. 연합뉴스

“샌드위치 패널이나 누가 용접을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작업을 용인한 안전 관리·감독의 부재가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다.”(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장)

지난달 29일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센터 사고 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심의 초점을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 ‘산업재해’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1998년 부산 냉동창고 사고(27명 사망),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건설 현장 사고(40명 사망) 등 20년 넘게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실한 안전 관리·감독 문제를 근본적으로 따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창고 건설현장 산재 ‘진짜 원인’은?

건설업은 ‘발주사-시공사-전문업체(하도급)-무등록 시공팀(재하도급)’의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구조다.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장은 “시공사까지는 적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내려올수록 공사비용을 최저가로 제시한 곳이 사업을 수주하기 때문에 발주사가 100원에 맡긴 공사를 무등록 시공팀은 40~50원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계약금 안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은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화재 가능성이 높은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이 한 공간에서 진행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청, 재하청으로 하도급이 내려갈수록 시공팀 작업자가 현장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크다. 함 소장은 “설령 원청 소속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있다고 해도 ‘빨리빨리’가 중요한 현장에서 시공팀 작업자는 자신에게 돈을 주는 ‘오야지’(작업팀장)의 지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의 관리·감독은 왜 현장을 못 바꾸나

산재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현장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지적한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시공사 (주)건우의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이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6차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해 3차례 이상 ‘화재(폭발) 위험 주의’를 받았지만, ‘조건부 적정’ 통보를 받아 사고 당일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 현장은 어제 했던 위험 작업이 오늘은 끝나 있고 내일은 또 다른 작업을 하는 식으로 (공사) 진행 정보가 전체적으로 취합되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연계해 (작업) 진행을 파악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겸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안전수칙 등을 사업주에게 팩스로만 보내고,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주지·인지시키는 일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자들도 실상 (정부에 제출할) 서류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 개선책은?

과거 물류창고 화재 등 산재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현재 경찰과 소방이 참여해 진행 중인 현장 조사에서 노동부와 공단이 중심이 돼 일터의 안전보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는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사고 때 소방당국이 펴낸 백서는 화재 관련 조사를 중심으로 작성돼 건설 작업환경의 특성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며 “정부 내에서 최소 5~10년씩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산재 정책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노동부와 공단이 산재 사망과 관련해 작성하는 ‘재해조사의견서’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혜영 노무사는 “코로나19의 역학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들이 방역대책에 민주적인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처럼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선 공론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기록된 재해조사의견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노동계는 이윤을 위해 안전 관리·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이번 사고처럼 일터에서 노동자의 안전이 경시되는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사망 등 중대 사고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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