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입김도 얼어붙을 물류센터에서, 손에 쥔 건 '핫팩 한장'뿐

관리자 | 2021.02.01 09:40 | 조회 678
입김도 얼어붙을 물류센터에서, 손에 쥔 건 '핫팩 한장'뿐


혹한을 ‘버티는’ 물류센터 노동자들

냉난방설비 없이 장시간 선별작업
노동환경 개선 목소리 커지지만
업체, 화재 위험·구조적 특성 들어
전열기 설치 등 방한대책에 난색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20도까지 내려간 29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직원의 마스크 위로 입김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20도까지 내려간 29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직원의 마스크 위로 입김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붕은 있지만 양옆은 뻥 뚫려 있다. 11톤 트럭이 드나드는 3층 높이 물류센터 출입구로 영하 10도의 냉기가 주변을 휘감는다. ‘반짝 한파’가 찾아왔던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만난 롯데택배 기사 ㄱ(58)씨는 정신없이 상자를 나르면서도 왼손에 쥔 핫팩을 놓지 않았다. 3년 전 일하다 동상에 걸렸던 손끝이 추워지기만 하면 ‘근질근질’하기 때문이다. 동료 최종설(60)씨는 “이런 날은 발이 너무 시리다”며 신발에 깐 ‘핫팩 깔창’을 보여줬다. 민종기(56)씨는 “1월 중순 영하 18도 한파 때는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지난 11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여성 노동자 최아무개(51)씨가 야간 집품(물건 선별) 작업을 한 뒤 숨지면서, 냉난방 설비가 없는 물류센터 환경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족과 노조는 “(고인이) 핫팩 하나로 한파를 견디며 일했다”며 산재라고 주장한다. <한겨레>가 접촉한 물류 노동자들도 핫팩이나 방한복으로 버텨야 하는 겨울철 새벽 장시간 작업이 늘 고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택배 회사들은 최소한의 방한 물품만 지급할 뿐 개선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부산의 롯데택배 기사 박천용(40)씨는 “새벽 6시 출근해 밖에서 일하면 손에 감각이 없어진다. 군대 혹한기 훈련에 온 느낌”이라며 “개인용 전기난로 설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반대했
다”고 말했다.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헬퍼’(택배 분류 전담)로 일하는 ㄴ(39)씨도 “난방 안 되는 곳에서 10시간 동안 일한다고 생각해봐라. 근데 개선책도 없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냐”라고 호소했다. ㄴ씨가 일하는 곳은 실내이지만 트럭이 오가는 커다란 양쪽 출입구 탓에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는 “방한복이나 방한화도 따로 안 줘 내 돈으로 샀다. 동료 한명은 새끼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이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9일 롯데 택배기사 최종설씨가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주머니에 넣은 핫팩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전국이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9일 롯데 택배기사 최종설씨가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주머니에 넣은 핫팩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회사는 ‘현실적 이유’를 들며 방한 대책에 난색을 보인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화재 위험 때문에 전열기 설치는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숨진 뒤 쿠팡은 “유사한 업무가 이뤄지는 전국의 모든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는 화물차량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방한복 등을 추가 지급한다”고 밝혔다. 폭염·한파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정부 대책은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를 보면, 2016~2018년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으로 24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중 운수·창고·통신 노동자가 3명, 운송 노동자는 2명이다.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은 의지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물류센터의 개방된 공간에 난방기구를 설치 못할 이유는 없다. 공간이 넓어 난방이 어려운 만큼, 작업자 개개인을 향해 송풍구를 달아 냉난방이 가능한 ‘공조 시스템’을 일부 센터에 설치했다”며 “앞으로 설비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45개(2/13페이지)
노동소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25 [한거레신문]코로나 삭풍에 필수노동자 실직 위협 증가, 노동시간/강도는 사진 관리자 1010 2021.02.25 10:06
224 [오마이뉴스]욕먹고 마늘 깠던 요양보호사의 고배 "우린 아줌마가 아니다" 사진 관리자 1008 2021.02.25 09:55
223 [오마이뉴스]쓰레기 처리한다고 사람까지 쓰레기는 아니잖아요? 사진 관리자 1077 2021.02.25 09:48
222 [한국일보]임금체불에 폭행도 다반사... 인도 요리사 수난시대 사진 관리자 855 2021.02.24 09:42
221 [국민일보]일이 부른 마음의 병, 이겨도 끝이 아니다 사진 관리자 889 2021.02.24 09:36
220 [쿠키뉴스]또 임계장이 해고됐다 사진 관리자 720 2021.02.23 09:15
219 [한겨레]영 대법원 '우버 기사는 노동자'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성 인정되 사진 관리자 723 2021.02.22 12:33
218 [연합뉴스]주차 차단기 열리지 않는다며 70대 경비원 폭행-- 징역1년 사진 관리자 716 2021.02.22 09:28
217 [경향신문]요양보호사 4명 임금체불 소송--대법, 연장/야간 수당 지급 관리자 695 2021.02.22 09:18
216 [연합뉴스]아파트 경비원에 분리수거 자꾸 시키면 근로시간 제한한다. 사진 관리자 623 2021.02.17 15:18
215 [오마이뉴스] 사장한테 맞아도 '퇴사불가' 대체 이런 직장이 어디 있나 사진 관리자 682 2021.02.09 09:35
214 [KBS] 반년째 월급 안 준 사장이 큰소리 칠 수 있는 이유 사진 관리자 633 2021.02.09 09:11
213 [한겨레]방송국엔 여전히, '근로'가 금기어인 노동자들이 있다 사진 관리자 676 2021.02.08 16:50
212 [한국일보]건강했는데 한국 와서 골병,불임 .. 병원 가면 월급 절반 사 사진 관리자 628 2021.02.04 10:05
211 [한겨레]쿠팡맨 휴식시간 보장? '배송앱 셧다운' 유명무실 사진 관리자 730 2021.02.03 10:40
210 [매일노동뉴스]온라인 플랫폼 기반 프리랜서 수수료, 단가하락 경쟁 내몰려 사진 관리자 627 2021.02.02 11:09
209 [한겨레] 직장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9명 '위계 관계' 사진 관리자 685 2021.02.01 09:49
>> [한겨레]입김도 얼어붙을 물류센터에서, 손에 쥔 건 '핫팩 한장'뿐 사진 관리자 679 2021.02.01 09:40
207 [한겨레]"단지 입구부터 걸어라"배달노동자들 '갑질'아파트 81곳 진정 사진 관리자 641 2021.02.01 09:23
206 [한국일보]월188만원 은행경비원의 편지 "수수료 착취에 고통" 사진 관리자 648 2021.01.29 15:53